누가 토끼꼬리라 했는가. 조선시대 명종때의 풍수지리서 <산수비록>등에서 숱하게 ‘호미’라 하여 이미 범꼬리라 불렀거늘…. 

 포항시는 그간 부르던 장기곶 대신 호미곶으로 명칭을 통일화했다. 범꼬리는 균형 속도 희노애락을 상징하며 호랑이 형상인 한반도는 꼬리부분이 튼튼해야 나라 전체가 건강하다는 전설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다. 

 봄비가 제법 뿌리던 지난 11일. 포항시의 해안도로를 따라 크고 작은 포구를 지나다 보면 하늘로 솟아오른 등대가 눈길을 붙든다. 호미곶 등대는 갯바위 해안가에 자리해 갈매기가 등대주변을 나는 모습에서 바닷가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파도가 강하게 밀려 흰포말이 부채살을 이루는 갯바위에 올라 등대를 바라다 본다. 한반도에서 바닷가를 향해 가장 동쪽으로 뻗은 곳. 어느새 정기가 솟아오른 듯 짜릿함이 온몸을 감싼다. 비오는 궂은 날씨에도 관광버스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올들어 호미곶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해를 맞이할 수 있기 때문. 99년 1월 1일 해뜨는 시각은 호미곶이 오전 7시 32분, 강릉 정동진은 7시 40분, 그리고 제주 성산포는 7시 38분. 그래서 요즘엔 새벽마다 등대앞 해안에서 바다 수평선을 바라보는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포항시는 올해 ‘뉴밀레니엄 파크’를 착공, 2004년 문을 열 계획이다. 내년 1월 1일엔 ‘한민족 해맞이 축제’를 개최한다. 어선 100척의 해상 퍼레이드, 프리즘 무지개의 무지개쇼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할 예정. 

 등대 높이는 26.4m로 22마일 해상밖에서 등대 불빛이 보인다. 지난 1903년 세워져 인천에 이어 국내에서 두번째 오래된 등대. 철근없이 벽돌로만 지은 팔각형으로 내부 천장엔 조선왕조의 상징인 배꽃문양이 새겨져 문화재적 가치를 더한다. 지난 82년 지방문화재 건조물 제39호로 지정됐다. 

 등대 바로옆에 자리한 푸른색 돔형의 등대 박물관도 명물. 85년 세워진이 박물관 내부엔 석유등부터 가스 전기 태양전지에 이르기까지 각종 등대램프와 무선표지기 등이 전시, 등대의 모든 것을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