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순수 간직한 숨겨진 비경 ‘용하9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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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하계곡 상세정보
 원주시내를 벗어나 14번 고속국도로 접어들었다.치악산 국립공원의 푸르름과 묽게 피어나는 연무(煙霧)가 반겨 맞아준다.까마득하게 아래가 내려다보이는 다리와 터널이 연속적으로 이어진 길은 신비롭기까지 하다.도로 양 옆쪽으로 문득문득 나타나는,정교하게 깎아놓은 듯한 바위들도 눈길을 끈다.

 제천시내를 거쳐 597번 지방도를 따라 덕산면으로 가는 길.고개를 넘어서니 충주호가 발 아래 보인다.넓디 넓은 충주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충주호를 둘러싸고 있는 산봉우리들이 마치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섬 같은 느낌이 든다.바다인지 호수인지 잘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다.

 월악산 국립공원으로 들어가 억수리를 거쳐 용하리 휴게소에 이르렀다.이제 여기부터가 옛 묵객들이 바위에 앉아 시를 읊었다는 ‘용하9곡’(用夏九谷)이다.

 충북 제천시 덕산면 억수리는 월악산 국립공원이 거느린하설악,매두막,문수봉,대미산,포암산,만수봉, 메밀봉 등으로 에워싸인 첩첩산중 오지다.덕산면과 이어진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인 버스도 하루에 2번 밖에 다니지 않는다.그마저 방학이 되면 다니지 않는 날이 더 많은 데다가 월악산 국립공원
입구를 지나면 길조차 비포장 단선으로 바뀐다.

 승용차를 계곡 입구 주차장에 두고 나서면 바로 계곡이다.조용하고,깨끗한 계곡이 산 정상까지 계속 이어진다.

 친척 3가구가 모여 함께 용하9곡을 찾았다는 경기 부천시의 이성우씨(39).두 아들을 데리고 얕은 물에서 물장구 치기에 여념이 없는 그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조용하고 물이 맑은데다 수심이 깊지 않아 가족 단위의 관광객에게 적당한 곳이다”고 말한다.

 사시사철 맑은 물이 ‘억수로’ 굽이치며 흐르는 까닭에 지명이 억수리가 되었다는 얘기가 전해지듯 10여 개의 산자락에서 솟구친 청류가 계곡 곳곳을 흠뻑 적시며 흘러내린다.군데군데 만들어진 소(沼)는 물이 맑아 수심을 쉽게 가늠하기 힘들다.

 관폭대를 거쳐 청벽대로 오른다.눈을 씻고 찾아봐도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오직 숲과 계곡이 있을 뿐이다.용하수 민박집을 지나온 지 겨우 30분.아무도 없다.

 넓은 암반 위를 미끄러지듯 흐르던 물줄기가 갑자기 급류로 바뀌어 기암괴석을 세차게 때린다.절벽을 타고 폭포를 이룬 뒤에는 그 아래로 깊은 웅덩이를 판다.한여름에도 물이 얼음처럼 차서 발을 담그고 있노라면 ‘여름을 이용한다’는 뜻인 용하(用夏)라는 이름이 그야말로 어울리는 곳이다.

 자갈이 깔려있는 길에서 햇빛 한줌 들어오지 않는 숲길,돌을 밟고 개울을 건너야 하는 물길이 계속된다.계곡이면 으레 있을만한 비닐봉지나 과일 껍질 하나 없다.

 청벽대,선미대,자연대,석운대,수룡담,우화굴,세심폭,활래담,강서대….용하9곡을 이루는 아홉 경승지 중 제1경인 청벽대에만 가끔씩 사람의 발길이 닿을 뿐 제2경인 선미대부터는 자연 그대로다.게다가 억수리 계곡에는 용하9곡 외에도 숨어있는 절경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후두둑 후두둑’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저쪽 하늘에선 햇빛이 비치고 있는데….깊은 산 계곡을 스쳐 지나가는 소나기는 고요하기만 하던 숲에 힘을 넘치게 한다.

 햇빛에 비쳐 반짝이는 나뭇잎들이 싱그럽다.우람한 암반을 타고 비스듬히 쏟아지는 물줄기도 더욱 힘차 보인다.칼로 자른 듯한 수직절벽을 타고 떨어지는 폭포 아래에는 냉기가 가득한 동굴이 뻥 뚫려 신비스럽게 느껴진다.

 구한말 도학자이자 의병장인 박세화(1834∼1910)가 제자들을 가르치고 항일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던 용하9곡은 월악영봉,자연대,월광폭포가 있는 ‘송계8정’과 더불어 월악산을 좌우로 나누어 흐르고 있다.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송계8정’이 일찍 알려져 교통도 편리하고 관광객도 많은데 비해 ‘용하9곡’은 아직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았다.대중교통 수단도 마땅치 않고 숙박시설도 민박밖에 없어 조금은 불편하지만 바가지 상혼 등 얼굴을 찌푸리는 일 없이 넉넉한 인심과 편안한 휴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여행메모>

 용하9곡 주변엔 이름난 관광지가 널려 있어 오고가며 둘러볼 만한 곳이 많다.게다가 치악산 충주호 등 큰 산과 넓은 호수를 끼고 달리는 멋진 드라이브코스가 여러곳 있어 차를 몰고 즐기는 여행코스로도 제격이다.

 ◇가는 길=서울에서 출발,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남원주I.C에서 빠져나와 14번 고속국도를 타고 제천쪽으로 향한다.서제천I.C에서 제천시내로 들어가면 남부교회앞 사거리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 우회전해서 597번 지방도를 타고 충주호를 끼고 돌면 수산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다시 36번 국도를 타고 충주방향으로 조금 가다보면 월악산국립공원 안내표지판이 나온다.좌회전하면 용하9곡, 직진하면 송계계곡으로 갈수 있다.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할 수도 있는데 음성교차로에서 나와 충주,수안보 입구를 거쳐 36번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성천교,월악리를 지나 억수리를 만날 수 있다.두 코스 모두 3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가능하다면 영동고속도로 쪽을 권한다.산과 호수 옆을 달리기 때문에 변화무쌍한 풍경이 펼쳐져 3시간을 운전해도 피곤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주변에 가볼 만한 곳=승용차로 15분 정도 달리면 용하9곡의 반대쪽,월악산 서쪽 기슭을 흐르는 송계계곡에 갈 수 있다.팔탕소 와룡소 등에서 들을 수 있는 계곡 물소리는 듣기만 해도 시원하다.교통이 편리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름난 계곡이다.수안보도 30분 거리에 있다.국내에서 유일하게 스키장까지 거느린 대단위 온천휴양지인 수안보는 온천 뿐만 아니라 주변에 수옥폭포,조령 제3관문 등 명승지가 즐비해 볼거리가 다양한 곳이다.

 유람선을 타고 충주호 수상관광에 나설 수도 있고 ‘청풍 문화재단지’에서 충주호를 조망하며 잠시 쉴 수도 있다.충주호에 수몰된 지역의 각종 문화재를 모아 원형 그대로 다시 만들어 놓은 ‘청풍 문화재단지’는 충주호를 가로지르는 다리인 청풍대교 옆에 있다.
 

 ◇맛집=용하9곡 주변은 아직 제대로 개발이 덜 돼 소문난 음식점을 찾기 힘들지만 용하휴게소의 한방백숙에선 재료를 아끼지 않는 주인 아주머니의 인심이 물씬 느껴진다.옛부터 한약재 생산지로 유명했던 고장이라 인삼,엄나무,오가피,황기 등이 들어가고 토종 은행,밤,대추 등을 넣어 보양식으로 권할 만하다.4인분에 3만원인데 어른 4사람이 먹기에 벅찰 정도로 푸짐하다.월악산에서 채취한 나물로 만드는 산채비빔밥도 별미다.
 

 ◇묵을 곳=용하9곡 주위엔 호텔이나 여관을 볼 수 없다.심지어 여인숙조차 찾기 힘들다.용하휴게소나 용하수(0443-653-3829) 등 민박시설을 이용하거나 캠핑장에서 텐트를 쳐야 한다.민박이나 텐트생활이 불편하다면 개발이 잘 돼있는 송계계곡이나 수안보쪽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여행에 관한 각종 문의는 덕산면사무소(0443-640-6915).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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