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한-백제로 이어지는 남도문화의 역사와 유적지는 정읍 익산 남원  장수등 도처에 남아 있다. 고창도 수려한 풍광과 볼거리를 자랑하고 있다．

  고창의 대표적 명승지는 단풍이 빼어난 선운산도립공원．그러나 고창읍성，지석묘군，신재효 고택 등 주변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선운산 입구엔 동백숲이 울창하다．그러나 지금 선운산엔 동백꽃이  피지 않았다．그렇다고 흰눈에 덮인 것도 아니고 벌거벗은 나무들뿐이다．그럼에도 선운산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은 그치지 않는다．잎은  졌어도 선운산 계곡길은 여전히 아름답다．선운산 동백숲은 천연기념물 184호로 지정돼 있다．선운산 동백은 춘백이다．그래서 3월말이나 돼야 꽃이 피기 시작한다．한 겨울에도 파란 잎이 무성하다．

  선운사 입구에서 천마봉까지 오르는 3㎞ 길도 이름난 산책코스．10월이면 상사초가 계곡을 붉게 물들인다．낙조대 근처까지 가면 천연기념물 354호인 장사송(長沙松)과 신라 24대 진흥왕이 왕위에서  물러난뒤 수도했다는 천연암굴인 진흥굴이 반긴다．

  선운산으로 가기 전에 잠시 들러볼 곳이 있다．흥덕에서 선운산으로 가는 국도 22번을 타고 2.5㎞쯤 가면 부안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꺾어 7.7㎞를 가면 봉암리에 인촌 김성수 생가가 있고 해안선을 타고 2.7㎞쯤 더 가면 미당 서정주의 생가가 있다．

  선운사에서 나오자마자 이곳 명물인 풍천장어를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풍천강(도솔천)에서 잡히는 풍천장어는 맛이 뛰어나 비싸기로 유명하지만 요즘엔 값이 내려 1인분에 1만원짜리도 있다(그러나 상당수 양식장어라는게 주민들의 귀띔)．

  선운사에서 고창읍쪽으로 하갑리 삼거리 미처 못 나와서 왼쪽으로 꺾어지면 아산면 상갑리 하갑리를 비롯，고창읍 매산리 죽림리  등 남방식 지석묘군을 만난다．규모가 방대해 이곳 사람들은  `지석묘 왕국'이라고도 부른다．길이 5m，폭 4.5m，높이 4m의 1백50t으로 추정되는 남한 최대의 고인돌을
위시하여  4백여개의 고인돌이 늘어서 있다．

  이 지석묘군은 청동기시대였던 삼한시대 진국의 유물로 약 2천5백년 전부터 500년간 이 지역을 지배했던 족장의 가족묘역으로 판단된다．청동기인은 농사를 지으며 족장을 중심으로 부족사회를  이루었다．2천5백년전  이곳에 살았던 옛 사람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면 더욱 좋다．고창 가까이 이르러서는 도산리 노변에 북방식 지석묘도 나온다．

  모양성이라 불리는 고창읍성에 다다르면 입구쪽 오른쪽 길가에 일자형 초가 한채가 서 있는데 바로 판소리의 비조 동리(桐里) 신재효(申在孝·1812~84)가 살던 집이다．동리가 38세때 지어 말년까지 이 집에 살면서 노래청을 두고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으며 춘향가 심청가 박타령  등 판소리 여섯마당
을 완성했다．이중 가루지기타령(변강쇠타령)은 너무 음탕하다 하여 부르기를 꺼려온 바람에 가락이 잊혀져 오늘날에는 다섯마당만  전수되어 오고 있다．

  고창읍성 입구엔 동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  90년 지은 동리국악당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해마다 이 곳에선 `동리대상'  시상식과 함께 국악 축하공연이 열린다．최초 여류국창인 진채선，국창  신쾌동，인간문화재 5호 김소희가 이곳 출신이다．

  고창읍성은 고창읍의 남쪽 성주봉(해발 1백8m)에 좌청룡 우백호의 지세를 최대로 이용해 축조한 성곽이다．이 성은 모서리 이음  공법으로 외면만 돌을 쌓고 안쪽은 흙과 잡석을 다지는 독특한  축조방식을 사용했다．단종 원년인 1453년 고창 고부 순천 등 19개 지역의 주민이 동원돼 축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행의 마무리 코스는 전북에서 처음으로 지난 93년 개장한 석정온천．이 온천수는 게르마늄 성분이 풍부해 피부병에 특효가 있으며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에도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고창에서 광주로 가는  국도를 타고 3㎞쯤 가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