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이 남북으로 달리고 있어 지역 전체가 산지로 이뤄진 가곡 `비목'의 현장，강원도 화천으로 훌쩍 떠났다．일단 화천읍에 도착해 인접지역인 양구쪽으로 난 20여㎞ 길이의 해산 주변길을 따라가면  평화의 댐에 다다르고 `비목 공원'의 고즈넉한 비목들을 볼 수 있다．

  `비목'의 작곡가 한명희씨는 화천지역 비무장지대에서 장교로 근무했다．그는 초가을 이 근방을 돌아보던 중 이끼낀  돌무더기 하나를 발견했다．녹슨 철모，이끼덮인 돌무덤，새하얀 산목련…．아마 전쟁중  숨져간 한 젊은 이를 위해 전우들이 미봉책으로 만들어놓은 무덤이었을 것라고 그는 짐작했다．그리고는 비목의 노랫말을 썼다．꽤 긴 시간이 흘렀지만  그 노랫말 속에들어 있는 전쟁의 광폭함，인생의 덧없음은  가감없이 오늘에도 전해진다．

  비목공원 한복판에 서면 평화의 댐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한시절의 웃지못할 해프닝으로 기억되는 평화의 댐은 기초공사만 마친  채  휑뎅그레 방치돼 있다．화천에는  6·25격전지답게 평화의댐 안보관，파로호안보관，자유수호의 탑 등 안보관련 전시장이 여러 곳 있다．

  방향을 틀어 화천읍쪽으로 다시 되짚어  내려갔다．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보면 무거워진 마음이 금새 가벼워진다．고갯길의 굴곡에  따라 자동차는 심하게 움직이고 몸은 좌우로 마구 흔들린다．짙푸른 녹음이 차창에 신선하다．드디어 변덕스러운 고갯길이 끝나고 평지에 이르렀다．고갯길에 어찌나 시달렸던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마치 놀이동산에서  청룡열차를탄 뒤 엉거주춤하게 나서는 기분이다．

  평화의 댐 배수구 쪽은 숭어 가물치 잉어 쏘가리 꺽지 붕어 등이 많아 낚시꾼들이 끊이질 않는다.

  평화의 댐에서 몇백m 가지 않은 곳에 주민들이 천막을 쳐놓고 환경보호·관리비 명목으로 낚시터 입장료 3천원을 받고 있다．이들을  보고 가끔 `당신이 여기 주인이야'라며 따지는 외지인도 있지만 주민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나면 그런대로 돈을 낼 만하다．

  주민들은 관광객들이 버리고간 쓰레기를 수거해 처리할 뿐 아니라 비수구미，방개，너다리 계곡으로 갈 수 있는  배편을 제공하기도 한다．모터보트를 타고 5~10분 정도 가면 계곡들이 나오는데 가족끼리 지내긴 이곳보다 더좋은 곳이 없다．마을 앞을 흐르는 개울물의 폭은 10m가  넘지만  물높이는 아이 배 정도밖에 차지 않는다．개울 주변으로 갖가지  나무들이 무성히 버티고 있어 서늘한 그늘에 자리잡고 앉아 있으면 사람 붐비는  해수욕장보다 백번 낫다는 생각이 든다．

  개울물에서는 보통 메기보다 작은 노랑메기가 주로 잡힌다．말만 잘 하면 주민들이 직접 만든 초두부나 순두부도 얻어 먹을 수 있다．민박을 하면 고사리나 취나물 등 주민들이 직접 따온 무공해나물도 맛볼 수 있다．

  평화의 댐에서 화천읍으로 가다 461번 국도로  접어들면 파로호가 나온다．6·25때 국군이 중국군 3개사단을 격파한  곳이라해서  파로호(破魯湖)라 이름붙었다． 파로호는 산과 호수，이 두가지  단어로 완벽하게 표현된다．산과 호수가 서로 스미고 짜여져 이뤄진 곳．그곳이 바로 파로호다．수질이 깨끗해 잉어 가물치 등의 대형 어종이 많이 산다．파로호  낚시는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의 5개월 동안이 절정이며 여름휴가철에는  포인트 잡기에 경쟁이 벌어질 만큼 낚시꾼들이 많이 몰린다．잉어를 비롯해  붕어 쏘가리 누치 메기 향어 등이 낚인다．호수 주변 주민들 상당수가 낚시를 부업으로 하고 있다．집에 낚시대가 있으면 차 트렁크에 얼른  싣고 떠나고，없으면 빌려서 해보는 맛도 `짱'이다．화천은 산 좋고，물 좋고，인심  좋은  조용한 땅이다．

  서울에서 화천 가는 길은 크게 두 갈래가 있다．서울에서 포천을 거쳐 화천군 사창리쪽으로 들어가는 길과 서울에서 춘천을 통해  화천읍으로  가는길이다．화천읍에서 해산 주변에 나있는 461번 도로를  따라가면 평화의 댐이 나오고 가던 중 다리를 건너 460번 도로로 갈라져 가면 파로호로 갈  수 있다．461번 도로는 양구，인제를 거쳐 속초로 건너가거나 넘어오는 차량들이 많다．화천읍 시내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1차례  운행하는 시외버스를 타면 파로호에 갈 수 있다．하지만 평화의 댐에는 아직 버스 노선이 없어  꼭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가야한다．

  화천의 백운산과 광덕산 부근에 있는  광덕계곡과 용담계곡이 유명하다．광덕고개 정상에서 부터 광덕관광농업 입구까지 약 3㎞ 구간에 있는 광덕계곡과 춘천쪽에 가까운 용담계곡은 주위 경관이 수려하고  물이 무척 맑다．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주말을 이용，많이 찾고 있다．

  화천읍에서 다목리쪽으로 약 10㎞ 가면 인적이 드문 갈목계곡이 있다．상류쪽 인가가 거의 없어 물이 맑으며 경치가  아름답다．외부에 알려지지 않아 한여름에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 않다．

  평화의 댐쪽으로 향하는 460번，461번 도로가 갈라지는  지점에 있는 `향토식당'에서 어죽탕을 맛볼 수 있다．어죽탕은 모래무지와  피라미 등 횟감이 안되는 20여종의 작은 물고기를 갈아 만든 음식으로 걸쭉한 맛이 일품이다(0343-442-3180)．

  `산랑골쉼터'에서는 주인이 직접 두부를 만들어 두부전골，두부구이 등을 내놓는다．요즘같은 한여름에는 모래무지로 만든 찜을 반찬으로 내놓는다(0363-442-2714)．`콩나물식당'은 유황오리진흙구이로 유명하다．오리에게 유황을 먹여 키운 뒤 진흙에 싸 구이를 해 내놓는다．집에서  만든 신선한 콩나물으로 이용한다(0363-442-0676)．

  평화의 댐 아래에서 배를 타고 비수구미，방개，법성골，너다리 계곡으로 들어가면 10여곳에서 민박을 할 수 있다(김상준씨집 0363-442-0962，황만근씨집 03-341-0035)．개울가 부근에 텐트를 칠 만한 장소가  많기 때문에 민박을 하지않고 개울가 부근에서 지내는 사람도 많다．화천은 군부대가 많은 곳이라 읍 주변에 면회객을 위한 여관 등 숙박업소가 많은 편이다．